토요일엔 에버랜드 (1) - 첫 눈 오던날 에버랜드에 가다.
181124. (1)
일호기의 일곱번째 생일을 맞아 환상의 나라에 가기로 했다. 한 달 전부터 떠들었던거라 이번에는 꼭 아침 일찍 개장 전부터 가서 하루종일 신나게 놀고 오리라 다짐을 했었더랬다.
기나긴 일주일이 지나고 드디어 토요일. 에버랜드 가는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첫 눈.
그런데 그 양이 좀 많다. 쌓이고 있네.. 거기다가 쉽사리 그칠 기미가 안 보임. 어떡하지. ㄷㄷㄷ
그래도 비가 오는 것보다는 낫고(...) 눈 올때 한 번도 안 가본 에버랜드지만 사람도 없고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막 들었다.
출발 준비를 하면서 먼저 교통상황부터 티맵으로 확인을 해보았다. ...두시간이 나왔다. 눈이 와서 고속도로며 난리가 아닌가보다. 큰일이다.
이대로 포기를 해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너무 아쉬워서 일단 갈 준비를 했다. 애들 옷도 따뜻하게 입히고 짐도 다 싣고. 이제 눈만 그치면 되는데, 다행히 금새 그쳤다. 날이 춥지 않아 제법 쌓인 눈들은 녹아서 길바닥을 엉망으로 만들어두고 있었다. 다시 티맵을 켜보니 한 시간 남짓. 이 정도면 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네? 좀 시간이 늦긴 했지만.. 출발! 주말이지만 오늘 내린 눈으로 사람이 좀 없길 바라면서 에버랜드로 향했다.
차 안에서 언제나처럼 에버랜드 노래를 틀어놓고 신나게 달리는데, 10분도 지나지 않아 언제 도착하냐는 아이들. (...) 원래 집에서 좀 멀어 얘들아..
서울에서 나갈때 조금 막힌 길은 금새 풀려서 씽씽 달릴 수 있었다. 예상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한 에버랜드. 사람이 없지 않을까라고 기대한 나를 꾸짖기라도 하듯 주차안내요원은 정문 주차장 만차 표지판을 세워두고는 너님은 셔틀이나 타라고 하셨다아. 이 사람들이 정말.. 아침에 눈이 그렇게 내렸는데도 에버랜드에 온거야? 꼭 그래야만 했어? ㅠㅠ
눈물을 머금고 발렛파킹을 했다. 점심값이 날아가는구나. 왠만하면 빈 자리를 좀 찾아보고 싶었는데, 나같은 사람이 이미 주차장에 가득했기때문에 포기. 안그래도 점심때 지나 도착했는데 오늘은 그렇게 시간을 허비할 시간이 없다!
웨건을 꺼내 아이들을 태우고, 표를 구입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11월이지만 에버랜드는 벌써 크리스마스 세상이로구나. 하긴.. 지난주에 갔던 롯데월드도 크리스마스였지.
첫 눈 내린 에버랜드. 크리스마스 세상이구나.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예쁜 일루미네이션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보였다. 우와. 진짜 예뻐! 웨건을 세우고 아이들을 내려 같이 구경을 했다. 별빛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동물들이랑 트리랑 같이 꾸며두었는데, 정말 예쁘더라.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틈으로 아빠도 좀 너희들을 찍어주고 싶은데, 요녀석들은 당최 트리에는 관심이 없고 오늘 내린 눈에만 정신이 팔렸네. (...) 그래.. 아빠도 어렸을때 눈 좋아했던거 같아.. 그냥 어린이대공원에가서 눈사람이나 만들걸 그랬나..
귀여운 물범가족과 황제펭귄들. 눈 쌓인거 보이시죠?
저 나무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큰 나무에도 성탄장식이 주렁주렁. 예쁘다. +_+
아빠의 성화에 못이겨 꽃받침. 바닥은 이미 녹는 눈들로 물 천지.. ㄷㄷㄷ
애들은 곰탱이보다도 눈이 더 좋아요. ㅋㅋㅋ
곰돌이 코를 만지는 장면을 찍고 싶었으나 현실은.. ㅋㅋㅋㅋ 잠시도 가만있지를 않는 아이들. ㅋㅋ
동물 장식보고 좋아하는 거 아닙니다. 눈 보고 저러는 겁니다. (...)
별 수없이 장갑을 꺼내 주었다. ㅠㅠ 엄청 좋아한다. ㅋㅋㅋ
한참을 눈을 만지고 노는 아이들.. 저 아기곰을 좀 보라고! ㅋㅋㅋ
할일이 없어진 아빠는 장식들이나 찍을까 했더니 고새를 못 기다리고 2호기가 넘어집니다. (...) 점퍼 빨아야 겠다 ㅠㅠ
여기 에버랜드에 나 말고 또 눈 싫어할만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직원들이었다. 첫 눈치고 제법 많은 양이었던데다가 나름 산 속이라고 잘 녹지도 않은 눈들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렇게 생각보다 한참을 별빛동물원에서 눈을 갖고 놀다가 오오오오랜만에 키즈커버리에서 놀기로 했다. 진짜 오랜만이네. 당연히 따로 표를 구입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면 안내도 되는 거였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36개월 미만이라 이용권 구입 안 했을때 여기서 계산을 했던거였네. 허허허. 괜히 꽁돈 생긴 것 같은(...) 마음에 기분이 업되어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에도 있었는지 역시 기억이 잘 안나지만.. 아무튼 티비에서 쌍팔년도식 스타일의 키즈커버리 관련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었다. 잠시 그걸 보면서 기다리다가 주의사항을 듣고 마법의 주문을 외친 후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날씨에는 여윽시 키즈커버리. 아이들 가진 부모님들은 여기 다 모인듯.
쌍팔년도가 생각나는 애니메이션. 원래 이거였나? 가물가물..
안으로 들어온 2호기는 땟목이 마음에 든 모양. 하지만 언니는 우다다다다 가버렸다.
언니는 여기 저기 올라가는 걸 좋아합니다. 이건 아빠 안 닮았네.. ㅋㅋ 그런데 거기는 올라가지 말라고.. ㄷㄷㄷ
그나마 두 녀석이 제일 오래 놀았던 바다공간.
아내말로는 지난주에 롯데월드 갔을때 키즈토리아에서는 엄청 잘 놀았다던데 왠일인지 여기서는 좀 시큰둥하네. 둘이서 한 바퀴 돌면서 여기 저기 올라가보다가 나가잔다. (...) 바다 처럼 꾸며진 곳에 가서 해마찾기, 빨간 불가사리 찾기 같은 놀이를 하며 놀아주었는데도 금새 나가자고 하네. 그래서 처음으로 일찍 나왔다. 키즈토리아건 키즈커버리건 더 놀겠다고 한 적은 있었어도 빨리 나가겠다고 한 적은 드물었는데 왠일이래.
밖으로 나와서 웨건에 아이들을 태우고 언제나처럼 동물원 쪽으로 내려갔다. 가는길에 제일 먼저 만나게되는 팬더 두 마리. 오랜만에 한 번 볼래? 했더니 좋다는 아이들.
판다 월드. 팬더냐 판다냐. 모르겠다.
처음엔 나름 신선했던 360도 스크린에서 나오는 영상은 변한게 없고, 줄 서서 봐야했던 이 곳도 주말에 와도 대기시간 없이 바로 볼 수 있을 만큼 사람도 많이 줄어 있었다.
그래도 팬더에 대해 알 수 있는 이런 저런 것들이 계속 생기고 바뀌고 하긴 했더라마는.. 우리는 바로 팬더를 보러 갔다.
오늘은 두 마리 다 안 자고 자리에 앉아 열심히 먹고 있었다. 잠 안자는 것만 해도 일단 성공이다. ㅋㅋㅋ 먹이 먹는 모습이 귀여운 팬더들. 아이들은 잠시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다시 직진 본능을 드러내고 빨리 가자고 성화를.. 아빠 사진 한 장만 ㅠㅠ 랫서팬더는 보지도 못했네. 얘들은 어디갔지?
네..가 러바오냐? 구분이 안된다. (...) 아무튼 잠 안자고 밖에서 대나무 먹방 중.
요 녀석도 와구와구 잘도 먹는다. 랫서팬더는 어디갔지.. 흑
팬더를 보고 나오는 길에 기념품점을 무조건 지나게 되는데, 이것 저것 구경하다가 1호기 목도리를 안 챙겨온게 마음에 걸려 목도리를 하나 구입했다. 세일 중이었음! 품질이 그렇게 좋다고 볼 순 없지만.. 이따가 밤이 되었을때 목도리를 안하면 큰일 날것 같았다. 그렇게 하나를 집어드니 불쌍한 2호기는 자기도 사달라고 징징징. 그 마음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두개를 샀다가는 아빠는 엄마한테 등짝이 남아나지 않을거에요. 예쁜 러바오 아이바오 수첩으로 아이들을 달랬다. 이렇게 또 돈을 쓰는구나. ㅠㅠ
다시 밖으로 나와 '죽음의 경사'를 지나 (내려오는건 그래도 좀 수월하다마는 아이들이 점점 무거워지는 통에 웨건 손잡이를 잡고 질질 끌려가게 된다 ㅠㅠ) 아래로 내려와서 호랑이 님을 만났다. 어린이대공원 처럼 유리벽으로 바뀐 이 곳. 확실히 더 가까이에서 호랑이를 볼 수 있어 좋다. 더군다나 오늘은 왠일인지 호랑이들도 안 자고 있다!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바로 코앞에서 슥 지나가주시는 호랑이님을 뵐 수 있었는데, 이번에도 아빠만 신기하고 아이들은 빨리 가자고.. ㅠㅠ 배가 불렀네 불렀어.
다시 내려오다가 물개공연장에서 이제 곧 시작한다는 소리에 낚여 다시 웨건을 주차하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시작 직전에 들어와서 좋은 자리는 다 차버렸지만, 아이들이 워낙 좋아하는 동물공연이니만큼 재미있게 잘 봤다. 매일 공연하느라 정말 힘들겠다.. 동물원에 대해 계속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동물만 보면 저런 웃음이 나오는 1호기. ㅋㅋㅋ
똑똑한 물개. 통 속에 있는 먹이 찾기 였나.. 그랬을.. 거임. ㅋㅋ
물개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물개와쩌염 뿌우. 엄청 큰 물개!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데, 새 공연장에서 오늘의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는 소리에 또다시 발걸음을 그 쪽으로 옮겼다. 이번에는 그래도 좀 일찍 와서 앞자리에 앉긴 했는데, 여기서는 무조건 앞이던 뒤던 딱 가운데쯤에 앉아야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아쉽네. 측면에 앉은 사람은 뽑아주질 않더라고.
그래도 새 공연은 언제나처럼 재미있었다. 확실히 에버랜드 사육사님들이 연기를 잘 한단 말이야. 능청스럽게 상황에 따라 위트넘치는 대사도 잘 하시고. ㅋㅋㅋ 새들도 너무 잘했다. 특히 이번에도 '오빠아아아아!'를 외치는 앵무새때문에 엄청 웃었네. 지난번에 한 번 봐서 어떻게 하는지 미리 알고 보는 건데도 너무 웃기다. ㅋㅋㅋ 그러다가 다시 앵무새에게 돈을 뜯기는(나중에 다시 돌려주지만 ㅋㅋ) 체험 시간이 되었는데, 놀랍게도 아까 물개공연장에서 뽑혔던 아줌마가 이번에도 체험을 하게 되었다. 우와. 완전 대박이네.. 얘들아 아빠가 미안해. ㅠㅠ 다음엔 꼭 가운데 앉아서 어떻게 해볼게 ㄷㄷㄷ ㅋㅋㅋ
슈퍼버드를 찾아서. 물개 공연이 바다 오염문제를 담았다면, 여기는.. 그냥 슈퍼버드를 찾는 내용이다. (...)
금강앵무 소리에 놀란 2호기. 목청이 어마어마 하다! ㅋㅋ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팰리컨 비행. 어마어마하게 큰 새가 머리위로 슁 지나가는데 오오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공연 두 개를 연달아 봤더니 어느새 시간이 쑥쑥 지나버렸다. 오늘은 사파리나 로스트밸리를 꼭 타려고 했는데.. 시간이.. 아아. 너무 늦게 와버렸어요.. 아쉽지만 다음에 보기로 하고 저녁을 먼저 먹기로 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아.. 해는 하루 종일 안 보였지. (...) 저녁이 된 에버랜드. 짧은 해가 야속하기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