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무덤 안은 어떻게 생겼어? (feat. 대릉원, 꽃분홍핫도그)
190205.
할아버지 고향이 경주인지라 아빠 따라서 - 자주는 아니지만 - 명절 때마다 경주를 찾는 우리 딸들. 차를 갖고 내려왔더라면 좀 더 여기 저기 많이 다녔을텐데, 차가 없으니까 어디 밖으로 나가는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거의 큰 집에서 죽치고 있다가 올라오기 전에 한 두군데 들러보는게 전부인데, 그 마저도 아이들이 너무 어릴때는 유적지 같은 곳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
시간이 흘러 이제 1호기가 초등학생이 되기 한 달전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경주에 널린 많은 문화유적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주렁주렁만 들른 후 좀 쉬다가 올라오는 기차편에 몸을 실었을텐데, 이 날은 왠일인지 대릉원에 가보고 싶었다. 엄청 큰 무덤들을 보면서 저게 왜 있는지, 왜 저렇게 큰지, 안에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하는 1호기. 체력 약한 2호기와 엄마를 황리단길(이런게 있는지 처음 알았다! 생각보다 둘러볼 곳들이 많던데.. 다음에 좀 제대로 구경해야지 ㅠㅠ)에 내려놓고는 1호기 손을 잡고 대릉원으로 향했다.
미세먼지가 좀 있긴 하지만(...) 봄같은 포근한 날씨 덕에 대릉원 이곳 저곳을 누비면서 산책도하고 싶었으나 주렁주렁에서 우다다다 놀아서인지 1호기도 좀 피곤해 보여서 포기. 대릉원에서 제일 유명하고 유일하게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는 천마총만 들러보기로 하고 사촌형에게 조언을 구하니 후문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숲도 우거지고 산책하기는 좋지만 한참을 걸어가야 천마총에 닿을 수 있어 1호기에게 무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후문으로 들어가면 그리 많이 걷지 않고 천마총에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후문에 내려주고 처가로 떠나는 사촌형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1호기와 같이 대릉원으로 들어갔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명절을 맞아서 많은 사람들이 대릉원을 누비고 있었다. 한복을 대여해 입은 아낙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이더구만.
글씨만 보면 읽으려고 드는 1호기. ㅋㅋㅋ
아.. 이 고즈넉함이 너무 좋다.
빨리 가자는 1호기의 재촉에 사진도 몇 장 못 찍었네.. 흑.
1호기가 태어나기 전에 와보고 거의 7~8년만에 오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너어어어어무 좋았다. 여기 저기 다니며 구경도 하고 산책도 하고 싶었지만... 1호기의 관심은 오로지 천마총 뿐. 무덤안이 어떻게 생겼나 너무 궁금해하는 1호기의 재촉에 못이겨 천마총으로 총총총 발걸음을 옮겼다. 천마총 안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있었다. 여기는 처음 들어와 보네.. 사촌형 말로는 대릉원이 작년에 잠시 휴관을 하고 새로이 단장을 했다던데, 천마총도 무덤 안이라고 생각이 안될정도로 깔끔한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었다. 1호기와 차근차근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기대 이상으로 볼 만했던 천마총 내부.
"아빠, 사람은 왜 없어어?" ㅋㅋㅋ
"이렇게 해서 꺼낸거야아아?" 궁금한게 많은 1호기! ㅋㅋ
어두워서 사진찍기가 안 좋은건 둘째치고 갑자기 1호기가 안아달라고 성화를 부리는 통에(...) 중간 중간 안아주면서 내부를 관람했다. 그 유명한 금관도 구경을 했는데, 진짜 왕관이라는데도 1호기는 시큰둥. (...) 사진을 못 찍어서 그렇지 복원하는 장면이나 출토된 유물들이 어디에 쓰이던 물건인지 영상과 이미지로 상세히 기술하고 있었다. 동물이 아닌 것에는 크게 관심을 안 보이는 1호기도 차근 차근 구경하면서 유물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정말 초딩이 되어가고 있나봐.. ㅠㅠ
내부는 그렇게 넓지는 않아서 한 바퀴 둘러보는데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진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시 안아달라는 1호기를 잠시 세워두고 사진을 찰칵찰칵.
사람 없는 틈을 타 잽싸게 찍은 천마총 입구.
주렁주렁에서 그렇게 오래 놀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피곤해 하는거야아아아아. (...) 좀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엄마랑 2호기가 있는 황리단길로 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는 내내 아쉬움에 여기 저기 사진을 찍어 보았다. 날 좋을 때 며칠 머물면서 여기 저기 둘러 보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여름 휴가때 오자니 너무 덥고.. 봄에는 시간이 없고.. 끙. 짱구를 굴려 봐야 겠어.
사진 찍고 싶다. ㅠㅠ
아빠는 사진이 찍고 싶다! ㅠㅠ ㅋㅋㅋ
그렇게 1시간도 채 머물지 못하고 대릉원을 빠져나와 한 블럭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황리단 길로 향했다. 원래는 점집이 밀집해 있던 곳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저런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경리단길을 따라 이름붙여진 곳이라고. 나름 경주에서 핫한 곳인듯 했다. 예쁜 가게들이 많이 모여있어서 사람들로 북적북적. 안그래도 좁은 길에 차로까지 나있어서 어린아이들과 다니기엔 좀 불편했다.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가게들이 많았지만 자동차들과 사람들에 치여서 1호기를 챙기기 바쁜탓에 깔끔하게 포기. 좀 자리가 잡히면 차없는 거리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
아까 천마총에서 헤어지고 난 다음 어디 들어가 있을 곳을 찾다가 핫도그 집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2호기랑 핫도그를 먹고 있다는 아내의 카톡에 지도를 보며 찾아간 곳은 꽃분홍핫도그였다.
핑크색에 홍학. 1호기 취향 저격이네. ㅋㅋㅋ
밖에 세워져 있는 입간판.
핫도그를 기다리면서 한 컷.
그리 넓지 않은 가게 안에 아기자기하게 좌석들이 꾸며져 있었다.
주문과 동시에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린다는 문구가 눈에 띄였다. 2호기는 이번에도 튀김옷을 벗겨내고 안에 있는 소시지만 야금야금 뜯어먹고 있었다. (...이럴거면 핫도그를 왜 먹는거야.) 하나 먹겠냐는 아내의 말에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1호기도 먹겠다고 해서 2개를 주문했는데, 감자튀김은 케첩없이는 못 먹는 녀석이 핫도그에는 곧 죽어도 아무것도 바르면 안된다고 우기는지라 아무것도 뿌리지 말아달라고(...) 주문을 하고 돌아섰는데, 갑자기 2호기도 더 먹겠다고 해서 내 것까지 아무것도 뿌리지 않은 상태로 주문을 변경해버렸다.
...원래 이런 모양이 아닙니다. 여기에 설탕이랑 소스랑.. ㅠㅠ
방금 만든 핫도그라 그런지 엄청 뜨거웠다. 식히는 동안 사진이나 찍고 애들 화장실도 다녀오고 그랬네요. 자리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기다리는 동안 밖에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해달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이따가 나갈때 우리도 찍어봐야지. 아이들 먼저 뜯어서 먹이고는 남은 걸 한 번 먹어보았다. 좀 식었는데도 튀김옷도 바삭하고 소시지도 맛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평을 할 수가 없다. 난 미식가가 아니기 때문이다아아아. 그래도 근래 먹어본 핫도그 중엔 제일 맛있었던것 같은데.. 아내에게 살포시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그다지 특별하진 않은 맛이라고 했다. 아내가 그렇다면 그런거다. (...)
경주에서 새로 짓는 건물들은 무조건 저런 기와 형태의 지붕을 올려야 한다고. 예쁘고 좋긴 한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나름 고충이 있을 듯.
이제 핫도그도 다 먹었겠다, SRT를 타러 신경주역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 친절한 주인장 분들께 인사를 하고 (부부같아 보였는데.. 맞나? ㅎㅎㅎ) 밖으로 나와서 인증샷을 찍었다.
안 웃을땐 역시 서로 쳐다보기 시전.
ㅋㅋㅋ
이렇게 예쁜 홍학들이 지붕위에서 춤을 추고 있어요.
핑크와 홍학 말고 하트도 많은 이 곳.
다음 번엔 진짜 꽃분홍핫도그를 먹어볼게요~
다시 황리단길을 지나 천마총 후문으로 돌아가서 같이 기차로 내려오자고 해도 굳이 그 먼 거리를 꼭 차를 끌고 내려오시는 우리 아부지차를 얻어 타고 SRT로 향했다. 이걸로 1박2일의 짧은 설 연휴 경주 여행은 마무으리. 진짜 시간 내서 경주 나들이 좀 제대로 해보고 싶네. 주요 코스를 돌면서 스탬프 찍는 그런 것도 있다던데.. 해보고 싶다.
하고 싶은건 많은데.. 시간도 돈도 없는게 문제로구나. ㅋㅋㅋ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