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주말이면 기를 쓰고 가는 어린이대공원!
190317. 어린이대공원.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하늘이 파랗다. 가을하늘 마냥 새파랗다. 그래 하늘은 원래 저 색이 맞다.
이런날 집에 있는 건 요즘 시대에 죄악이다. OECD 국가 중 손꼽히는 공기질을 보유하게된 우리나라.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정말 ㅠㅠ
왠일인지 얼마전에 똑같은 글을 쓴 것 같지만, 아무튼 미세먼지가 좋은 주말 오후, 어린이대공원 근처(라고 쓰면서 걸어가기엔 좀 애매한 ㅠㅠ)에 살면서 집에 쳐박혀있는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아이들과 어린이대공원에 가기로 했다.
웨건을 조립하면서 가서 뭐하고 놀지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모래놀이 말고 다른 걸 하고 놀기로 했다. 언제나 가져가는 비누방울 총과 비누방울 용액, 얼마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한 (사고나서 또 혼나긴 했지만) 비행기 한 세트. 햇볕은 따사롭지만 바람이 불 때를 대비해서 원터치 그늘막텐트도 챙겼다. 원반던지기 같은것도 하고 싶은데.. 아이들이랑 할 만한 말랑말랑 재질의 디스크가 생각보다 찾기 힘들어서 계속 생각만 하고 못 사고 있다. 그냥 아무거나 살까.
날씨가 좋으니까 웨건을 끌고 가는 길이 힘들지 않.............기는 개뿔 힘들다. 언제나 우리가 노는 맘껏놀이터 반대편 잔디밭까지 가기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죽음의 언덕을 넘을때면 숨이 헉헉 차오른다. 사실 갈때는 경사가 그래도 완만한 편이라 좀 나은데, 집에 올 때는 엄청난 경사를 바로 넘어야 하기때문에 (물론 그 다음에는 좀 완만한 내리막이라 살만하지만) 아빠는 오늘도 힘들다아. 그래도 아이들과 뛰어놀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조금만 더 있으면 다른 애들처럼 걸어 다니겠지? (...) 그렇다고 빨리 클 필요는 없단다.. 천천히 커 제발.
그렇게 도착한 잔디밭. 분명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없네. 자리가 널널하구만.
원터치 텐트를 휙 던져서 펼쳤다. 얼마만에 펴는 건지.. 그런데 이게.. 왜 잘 설치가 안되는걸까. 잘못 접어서 보관을 했나? 어디가 꼭 휘어진 것 마냥 고정이 잘 안된다. 흑. 겨우겨우 핀을 박아서 고정을 했는데, 이번엔 문에 있는 지퍼가 안된다. ㅋㅋㅋㅋ 뭐야 이거!! 어디가 휘어졌나 정말. 억지로 지퍼를 닫았다. 끙.
그렇게 난리를 치고 있는 동안 아이들에게 비행기를 꺼내 쥐어주었다. 아빠가 텐트랑 씨름하는 사이 열심히 던지면서 (날리는게 아니다) 노는 아이들. ㅋㅋ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가봤는데 생각보다 잘 안난다! 어째서냐!!!! 엄청 잘 날게 생겨가지고.. ㅠㅠ 생각처럼 잘 안날아서 속상했는지 아빠가 날려보란다. 종이비행기 던지듯 몸통 아래쪽을 잡고 던져본다. 그렇다. 이건 던진거다. 날아간게 아니다. (...) 뭔가 이상한데.. 이런 물건을 그렇게 높은 별점을 주었다고? 다른 방법으로 던져보기로 했다. 꼬리 부분을 잡고 아래로 내다 꽂듯이 강하게 던져보았다. 땅에 쳐박힐듯 날아가다가 갑자기 위로 붕 날기 시작했다. 이거구나!!!! 아이들이 신이나서 주우러 달려간다. 자기들은 그렇게 못하니 아빠가 날려달란다. 아빠가 휙 날리면 아이들이 주워오는 놀이(?)가 시작되었다아.
그렇게 비행기를 날리고 놀다가 일이 터졌다. 냅다 날린 비행기가 슈우우우웅 날아가다가 바람을 타고 방향을 틀어 나뭇가지에 걸려버린 것. (...) 설마 했는데 정말 이런 일이 생기다니. ㅋㅋㅋㅋㅋㅋㅋ 어떡하지.. 긴 막대기가 있으면 좋으련만.. 주위에는 짧은 나뭇가지 뿐. 나무를 발로 쿵쿵 차보고 싶은데 하필이면 그 나무 밑 벤치에서 한 부자가 간식을 먹고 있었다. 나무를 쿵 찼다가 먼지라도 떨어지면 안되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작은 돌멩이, 나뭇가지들을 던져서 맞혀서 떨어뜨리기로 했는데, 쉽지 않다.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어떻게 될거 같은데.. 흑.
체념하고 포기할까 싶던차에 2호기가 어디서 주워왔는지 검지손가락만한 좀 굵은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왔다. 그리고는 똘망똘망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아빠는 할 수 있어!"
다시 힘을 내서 던져본다. (...) 때마침 바람도 세게 불기 시작했다! 나풀거리는 비행기를 나뭇가지로 맟히는데 성공! 드디어 나뭇가지에서 비행기를 구해내는데 성공했다. 으허허허헝.
이제 나무 근처에서는 날리지 말자며 살살 날리라는 아이들. ㅋㅋㅋ 아무튼 간만에 아빠의 멋진(?)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괜히 뿌듯하군. ㅋㅋㅋ
다시 여기 저기 비행기를 실컷 날리고 난 후 텐트에 들어가서 간식을 먹기로 했다. 집에서 싸온 과자랑 음료수를 먹으면서 쉬는데 춥지도 않고 좋았다. 역시 그늘막 텐트 하나 정도는 필수입니다요. 아이들이 진짜 텐트를 원해서 그렇지.. 아빠 차에는 그런게 안 들어가요. 캠핑 좋아하는 1호기 절친가족 덕분에 한 번 맛을 본 뒤로 계속 캠핑 캠핑 노래를 부르는데 그게 쉬운게 아니라고! ㄷㄷㄷ
잠시 쉬고 나서 비누방울 놀이를 하고 가기로 했다. 바람이 좀 많이 불어서 비누방울이 알아서 잘 만들어 지는 건 좋은데 바람이 너무 세서 비누방울이 너어어어어어무 빨리, 멀리 날아가버리는 문제가... ㅋㅋㅋㅋ 거기다가 언제나처럼 비누방울만 만들면 피리부는 사나이도 아니고 꼭 다른 아이들이 더 달려와서 난리를 치는 바람에(...) 생각처럼 잘 놀기가 쉽지 않다. 너네 아빠랑 가서 놀아라 얘들아. 아니면 놀아줄테니 알바비를 좀 주십쇼 부모님들. (...) 결혼전에는 아이들 질색을 하던 나였으니.. ㅎㅎㅎ 지금이야 내 새끼들이랑 노는 재미로 살지만 가끔은 이렇게 다른 아이들이 놀자고 오면 귀찮을 때가 있다. 아이들 좋아하는 아내가 있었으면 잘 놀아주었을텐데.. ㅋㅋㅋ
그렇게 다시 비누방울 놀이를 신나게 하고 바람이 너무 불어서 해질때까지 있으면 안될것 같아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텐트가 있으니까 좋긴 한데 정리하는건 역시 귀찮.. ㅋㅋㅋ 원터치 텐트인데도 이럴진데, 진짜 텐트는.. 우어어어. 무리데스. 그런데 이거 접는 법을 까먹었다. (...) 설명서를 아무리 봐도 잘 안된다! 아악. 10분을 씨름하고 동영상을 볼까 고민하다가 다시 차근 차근 해보니까.. 됐다! 그런데 거꾸로 접어 버렸... 고무줄로 고정해야 되는데 그게 안으로 들어가버렸네.
...다시 접어본다. 세 번의 실패끝에 드디어 성공! 으윽.
이제 다시 죽음의 언덕을 넘어 집으로..
이 이후로 다시 온 세상은 미세먼지 세상이 되어버렸다.
또 언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으려나. 무슨 방법이 좀 있으면 좋을텐데.. 바람 방향을 영원히 바뀌는 기적이라도 바라야 하는 걸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