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1) : 인천국제공항 - 간사이국제공항 - 동양정
2016년 가을, 우리 가족 첫 해외여행이었던 오사카 2박 3일 여행기. 이제 쓴다! 그 이전 여행들은 도저히 기억이 안나서 못 쓰겠네. 미리 미리 블로그 좀 올려 둘 것을.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되돌아보며, 기억을 더듬어 한 번 써 봅시다.
2호기가 이제 제법 아장 아장 걸어다니게 된 2016년 10월. 매년 11월이 되면 1호기 생일을 기념해 롯데월드 호텔에서 하루 묵곤 했었는데, 올 해 (그러니까 2016년 당시)에는 큰 맘 먹고 해외여행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마침 싼 비행기표를 끊을 수 있었고, 일사천리로 진행된 준비과정. 모든게 수월한 듯 보였지만 단 한 가지, 2호기가 과연 그 나이 (18개월)에 해외 여행이 가능한가가 관건이었는데 막상 떠나보니 역시나. 아직은 무리였다. (...) 지금이야 시간이 지나 많이 잊혀졌지만 그 당시 정말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사진만 봐도 모락 모락 피어난다. ㄷㄷㄷ
아침 이른 비행기로 떠나야 했기에 무리가 되지 않게 전날에 미리 인천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전날 저녁에 손님 한 분 샌딩을 해드려야하는 것도 있었고 해서 겸사 겸사. 엄마가 일 할 동안 우리는 공항 여기 저기를 다니며 우다다다 놀이.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1호기. 와.. 이때만 해도 애기애기 하네.
이때만해도 엄마 껌딱지였던 2호기.
지금은 사라져버린 곳. 여기서 사진도 찍고 놀았었는데, 지금은 한식당이 크게 들어섰다.
아장 아장 귀여운 2호기. 애기다 진짜. ㅋㅋㅋ
지금은 액정 한 두개가 망가져버렸던데, 고쳐줬으면 좋겠다.
여기서 한참을 뛰어 놀았네.
바닥이랑 스크린이랑 연동되면서 애들이 재미있어했던 곳.
2호기는 모든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동전을 던져보고 싶은데 동전이 없어 슬픈 1호기. ㅋㅋㅋ
다음 날이 밝았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애들 준비시키고, 공항으로 가서 체크인 하고 짐 부치고 수속하고. 이 과정에서 슬슬 2호기가 시동을 걸어온다. 저 때만 해도 아기띠 없이는 못 살았던 시절이구나. 아 아련한 아기띠의 추억이여.
엄마 힘들다 내려와라 이놈아
다른 때 처럼 여유있게 면세점 구경은 커녕 대충 아침 먹고 비행기 타기에 급급했던 우리들. 이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해외여행이라 들뜬 분위기가 가득했었는데.. 이륙과 동시에 2호기가 대폭발하면서 악몽이 시작되었다. 아아아아아아. 안그래도 1호기가 이 만할 때 괌에 다녀왔었기 때문에 비행기 안에서 가만있지 않겠구나 싶어 여러가지 대책들 - 아이패드에 뽀로로 영상 담아오기, 젤리/초콜릿 준비, 맨 앞자리 사수하기 등등 - 을 세워왔었는데, 다 무용지물. 여기가 어디냐며 나를 내려 놓으라고 난리를 치는 2호기 덕에 엄마 아빠는 넋이 나갑니다. ㅠㅠ 승무원들도 안절부절. 이륙할때 만큼은 어떻게든 무릎에 앉혀야 되는데.. 아주 그냥 ㅠㅠ 이륙하고 나서도 돌아다니겠다고 떼를 쓰는 통에 진이 빠져버렸다. 천만다행하게도 아이스브레이크 딸기맛을 먹이니까(18개월에 그런걸 먹여도 되는지는 일단 차치하자) 좀 정신을 차리는 2호기. 마법의 사탕이로세!! (...) 난리를 칠 때마다 가까스로 한 알 씩 투여하며 버티고 뽀로로 보여주고 난리를 치고 나니 어느새 착륙을 준비하는 비행기. 하아. 살았다.
1호기는 혼자 앉아서 그림도 그리고 티비도 보고 너무 잘해주었었다. 얘를 데리고는 세계 어디든 다 다닐 수 있을것 같아.
그 난리를 치고 내려서 짐을 찾고, 이제 오사카 시내로 가는 기차를 탔다. 여기서 이미 우리는 완전 녹초가 되버렸.. 1호기는 신이나서 빈 좌석을 뛰어다니며 신기해하는데, 우리는 3박 4일 일정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 마냥 지처가지고 말도 없이 멍하니 앉아 있었네. 이제 진짜 여행 시작이건만.. ㄷㄷㄷ
우다다다다다. 기차에 우리 밖에 없어여. 우다다다다다.
해맑게 웃는 1호기. 으히히. 사람이 들어온 뒤로는 얌전히 앉아서 왔습니다.
엄마는 이미 지쳤습니다.
날씨가 이렇게나 좋은데, 내일은 비가 온답니다. 태풍이랍니다.
오사카 시내에 도착해서 숙소로 가기전에 먼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기전에 검색해두었던 맛집인 동양정에 갔는데, 줄도 길고 찾아가기도 힘들고 해서 내무부장관님께 혼이 났다. (...) 애들 먹기 편한 곳으로 갈 것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으윽. 그래도 기왕 온거 어떻게 먹긴 먹었네요. 다들 지쳐가지고 사진 찍을 기력도 없.. 거기다가 애들도 잘 안 먹었던 기억이.. ㅠㅠㅠㅠ
짐을 바리 바리 끌고 여기를 가는게 아니었다. ㄷㄷㄷ
이 토마토가 유명하다고 했는데.. 흑.
유명하다는 햄버그 스테이크는 안 찍고 오므라이스만.. ㄷㄷㄷ
실패를 뒤로 하고 숙소인 프레이저 레지던스 난카이 오사카로 향했다. 내부 사진을 못 찍었는데, 일본 호텔 답게 좁디 좁은 방이었지만, 일반 호텔이 아닌 레지던스여서 방 안에 모든게 갖춰진 숙소였다. 아이들 데리고 오기엔 차라리 호텔보다 이런 레지던스가 좋은 것 같다. 세탁기도 있어서 애들 옷 빨아 입히기도 좋고 말이지. 여기서 처음으로 구글번역기를 유용하게 써먹었다. 세탁기며 전자렌지며 설명서가 있긴 한데 세세한 작동법은 잘 안나와 있더라고. 일본어 인식률이 제법 훌륭해서 별 무리없이 작동법을 알 수 있겠더라고.
숙소로 가는 도중에도 한 가지 사고가 있었는데, 1호기를 재미있게 해주겠다고 캐리어에 앉혀서 끌고 가다가, 때마침 당시 공사중이던 난바역 출구쪽 턱에 걸려서 넘어져버린 것이다. ㅠㅠ 처음에는 1호기 손가락을 어디 크게 다친 줄 알고 너무 놀랐는데, 다행히 조금 까진 것 말고는 부러지거나 인대가 늘어나거나 한 건 아니었어서 어찌나 다행이던지.. 여러분, 캐리어에 애들 태우지 마십시오. 이렇게 위험합니다. 요즘은 캐리어에 킥보드가 달린 제품도 나오던데.. 갖고 싶다. (...)
짐을 풀고 좀 쉬고 싶었지만(...) 우리에겐 한 시가 아까우니 얼른 준비하고 나와서 바로 도톤보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