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루하루

180217 - 고양이카페 건대 샹그리라

소다아빠 2018. 2. 20. 12:32

설날 연휴 셋째날인 토요일 오후, 할아버지 집에서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득한 1호기와 2호기. 잠시동안 고모랑 놀다가 2호기가 눈물과 함께 엄마랑 낮잠을 자고 있는 틈을 타서 모처럼 아빠랑 단 둘이 데이틀 하기로 했다. 날이 많이 풀리기는 했지만, 아직은 바람이 차더군. 날씨만 좋았으면 어린이대공원을 갈까 잠시 생각했었는데, 바로 살포시 접고 예전부터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아빠 출장간 사이 엄마랑 한 번 갔다왔다던 고양이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버스로 네 정거장만 가면 되는 거리라서 (처음에는 걸어가려고 했다가 집에 있던 모든 어른에게 욕을 한 바가지 먹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함) 모처럼만에 초록버스 로기를 타고 가는데, 버스에 자리가 없어서 서서가는데도 뭐가 그리 신이나는지 싱글벙글. 자리가 났는데도 자기는 서서 가겠다고 하는 통에 아빠만 힘이 듭니다. (...)


버스에서 내려서 고양이카페까지 잠시 걸어가는데, 햇볕이 참 따스했다. 

아이 걸음에 맞추느라 천천히 걸었는데도 금방 도착한 고양이 카페, 샹그리라. 세종대와 건대 딱 가운데에 있었다.




어째 '그냥, 개가 좋아' 간판이 눈에 더 띄게 사진을 찍어 버렸지만, 바로 앞에 보이는 건물 3층에 있다. 


아무래도 개가 좋아 간판이 거슬려서 다시 한 컷. 저기 샹그리라 보이시죠?



블로그질을 해보려고 이런 저런 사진을 찍고 싶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모든게 너무 힘이 듭니다. ㅋㅋㅋ 빨리 들어가자고 성화를 부려서.. 저것도 겨우 찍었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라 걸어 가야 했지만 3층 정도 쯤이야. 할아버지 집은 4층인데도 엘리베이터가 없다고! 할아버지집을 드나들면서 단련된 덕분에 아무것도 아니네요. 무엇보다도 고양이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1호기. 귀엽다.


카페 앞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먼저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버튼식 자동문을 열고 들어가서 실내화를 갈아 신은 다음 자동문이 완전히 닫힌 후에 안에서 문을 열어주는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고양이가 밖으로 나가면 큰일이니까 이렇게 이중으로 문을 만든것 같았다. 우리야 두 명 뿐이니까 별 불편함이 없었는데, 성인 여럿이서 들어오게 된다면 좀 번거롭긴 할 듯 했다. 들어오자마자 손소독제로 손을 슥삭닦아주고, 바로 계산을 했다. 입장료 형식으로 한 명당 만원을 받는데 거기에 음료 한 잔이 포함되어 있는 방식이었다. 두 시간을 있을 수 있다고. 추가 요금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궁금하네. 나는 당연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했고 1호기에게 뭘 먹을거냐고 물어보았지만 고양이에 정신 팔린 1호기는 대답도 대충대충. 결국 제일 무난한 오렌지주스를 골랐건만 요녀석 한 모금도 안 마셨다. 킁. 결국 내가 다 마셨...


눈 앞에 보이는 고양이들을 빨리 만져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1호기. 고귀한 고양이들 답게 잠을 자고 있지 않아도 와서 부비부비를 한다거나 하는 녀석들은 한 마리도 없었다! 개냥이가 없는 것이냐! 결국 간식으로 애들을 꼬셔보기로 하고 (사실 처음에 계산할때부터 습식 간식을 하나 구입을 하긴 했..) 직원분에게서 간식통을 건네 받자 마자 애들이 몰려듭니다. 에라이. 



세배하고 바로 나와서 한복을 입고 있었던 1호기. 살랑거리는 옷 고름에 애들이 달려들진 않을까 혼자 걱정했었는데 전혀 신경도 안쓰던 고양이님들.. 똥꼬발랄한 아깽이가 없어서 그런건가.. 암튼 빨리 먹이 내놓으라고 앙탈중인 녀석들이 좋으면서도 부담스런 1호기. ㅋㅋㅋ


보시다시피 고양이님들도 죄다 한복을 빼입고 계십니다. ㅋㅋㅋㅋ 성별을 가늠할 수 있다!


간식통을 들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1호기. 모든 고양이에게 맛을 보여주겠다고 다짐이라도 한 건지 이녀석 한 번 저녀석 한 번, 아주 바쁘시다. ㅋㅋㅋ 처음 들어갔을때만 해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었는데, 처음 받은 간식통을 다 비우기도 전에 계속 손님들이 밀려오더니 나중에는 남는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금새 차더라. 


오는 손님들마다 한 명 한 명 다 주의사항을 직원분이 다다다다다 말씀해주시는데, 매번 저렇게 설명하기 참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설명해주셨다. 사실 그러지 않으면 고양이건 사람이건 사고가 생기기 마련일테니.. 주의사항을 코팅해준 판을 처음 서빙때 주긴 하는데 그거라도 잘 읽어주고 따라주기만 해도 좋을텐데. 분명 하지 말라는 거 하는 사람들이 하루에 몇 명은 꼭 있겠지?


주의사항이라는게.. 사실 다 상식적인 것들이긴 하다. 큰 소리 내지 말것, 뛰어다니지 말것, 자는 애 건드리지 말 것 등등. 스핑크스 종은 장이 안좋아서 간식주지 말라는 것 정도만 특별한 거고 나머지는 뭐.. 내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당연하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네.


의자마다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그곳에 외투와 가방을 넣어두고 본격적으로 사진찍기 시작!



내가 제일 예뻐라 했던 녀석. 너무 예뻐... +_+


간식을 다 준 1호기. 공을 살포시 주면서 놀아보고 싶지만.. 시큰둥. ㅋㅋㅋ


예뻐 죽는다. ㅋㅋㅋ 쓰다듬는 손이 왜이리 예쁘니..


그러고보니 전경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네. 사람들이 있다보니까.. 찍기가 어려웠다. 다음에 오픈시간 맞춰가서 한 번 찍지 않는 이상에는 못 찍을 듯. ㅋㅋㅋ 캣타워 중간 중간 이런 예쁜 장식들이 있었다.


앉아서 졸고 있는 스핑크스가 안쓰러운 1호기. ㅋㅋ 한복입은 손님은 처음이라며 사진 찍어도 되냐고 했는데.. 이런날 아니면 언제 한복 입고 이런데 와보겠어? ㅎㅎㅎ


바닥에 있는 장난감이 애처롭다. 좀 놀아주라 이놈아.


캣타워 높은 곳에는 잠자는 고냥씨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그윽한 눈길을 뽐내던 녀석. 다음에 가면 창가자리에 앉아야 겠어.


얘는 진짜 너무 예쁘다.


우리 자리 옆에 있는 집에 있던 고냥씨. 무슨 종이지? 참고로 여기는.. 여기 있는 고양이들 이름 안내판 같은게 없어서 좀 아쉬웠다. 이름을 알고 싶은데 말이지. 있는데 내가 못 찾은걸지도.. ㄷㄷㄷ


잠깐 눈 떴다가 또 잠든 고냥씨. 시끄러울텐데 잘도 잔다. 너네도 고생이 많구나아.


모델포즈 취해주는 녀석. 커피 마시다가 의자 올라간 거 보고 바로 줌 땡겨서 찍은거라 구도가 조금 아쉽지만.. 이 날 찍은 사진들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컷.


내가 맨 처음 키웠었던 고양이랑 너무 닮아 마음이 쓰이던 노랑둥이.. 


두 번째 간식 찬스. 간식 가격이 좀 비쌉니다. 3천원이니까.. 싸구려 간식같은건 아니겠지만서도 좀 비싸요. 너무 많이 주면 탈이 날까봐 그런걸까? 사실 뭐.. 만원 내고 음료 한 잔에 두 시간 있을 수 있으니 추가 수익을 낼 방법은 간식밖에 없긴 하겠더라.


캣타워 틈 사이로 찍은 1호기. 간식통에 있는 걸 바로 먹어치울까봐 방어를 잘 하면서 줍니다. ㅋㅋㅋ


고양이들에 둘러쌓여 행복한 1호기. 간식이 아니면 연출할 수 없는 장면. (...) 


장묘종은 정말.. 털이.. 장난아니다. 크헉.


좋덴다. ㅋㅋㅋ


모델묘가 따로 없으시구만 이거.

테이블마다 저기 보이는 것 처럼 홈이 파여져 있어서 거기에 음료를 꽂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하도 녀석들이 왔다리갔다리 하니까 저렇게 해두지 않으면 엄청 쏟고 난리 났을 듯.


이번에는 손으로 주는 건식 간식을 줘봅니다. 뭐라고 부르던데.. 템..테이션? 캔 말고는 다른 간식은 챙겨줘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암튼 잘 먹더군.. 그런데 왜 네가 혀를 내밀고 있는거니 1호기야. ㅋㅋㅋ


처음엔 살짝 겁을 내는 것 같더니 (엄마랑 왔을때 살짝 깨물렸다고.) 금새 자신감을 회복하고 여기 저기 잘 주고 다닌다. ㅋㅋㅋ 깨물렸다길래 나쁜 고양이라고 한 마디 해줬었는데 진짜로 깨문거 아니라고 나쁜 고양이 아니라고 어찌나 항변을 해주는지.. ㅋㅋㅋ 그 마음이 너무 예뻤다.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있는 거묘. 이게 놀숲인가? 아 모르겠다. 난 코숏밖에 모른다!


먹이 주다 보니 어쩌다가 우리 테이블에도 한 마리가 와서 앉았는데, 막상 곁에 오니까 어쩔줄 몰라하는 1호기. 안그래도 2인테이블이라 좁은데 하필이면 큰 녀석이 와가지고.. ㅋㅋㅋ 


막상 가고 나니까 또 아쉬운 1호기. 다른 고양이 보러 가면서 귓속말을 하는데 테이블에 다시 고양이 올라오면 말해달라고... ㅋㅋㅋㅋ 



처음에 두 시간 있을 수 있다그래서 길다고 느꼈었는데.. 먹이주고 사진찍고 쓰다듬고 하다보니까 금새 지나가버렸다. 아내랑 결혼 전에 데이트할 때 와보고 근 10년만에 와본 고양이 카페. 좋다. 이 털뭉치들이 너무 좋다. 아내랑 2호기 냥이 알러지만 아니면 계속 키웠을텐데.. 1호기도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슬프네. 분양도 같이 하고 있는 것 같던데.. 다들 좋은 집사 만나서 행복하게들 살았으면 좋겠네. 


두 시간에 한 명당 만 원. 간식비가 추가로 들어가긴 하지만.. 음. 키즈카페 가느니 차라리 여길 오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빠 닮아서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 1호기. 이제는 꿈이 사육사가 되는 거라는데.. 그 꿈을 꼭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아빠도 제대로된 꿈을 가졌었어야 하는데.. 아빠처럼 후회하지 말고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그래서 없는 살림에 요즘들어 유난히 동물원을 그렇게 찾아다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고로.. 다음 포스팅은 다시 동물원으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