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작년 가을, 혼자 떠난 돗토리 여행에서 느낀 점들.
    해외여행/1711 주고쿠 2018. 1. 26. 22:54

    비행기 시간 때문에 가는 날 오는 날을 제대로 활용 못해서 2박 3일 같은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왔던 돗토리-시마네현 여행. 

    이번 글에서는 이 쪽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위주로 여행 중에 내가 느낀 점들을 좀 풀어보기로 하겠다. 나부터가 여행초보인지라 전문적인 내용이 들어간다거나 하진 않겠지만, 나보다 더 생초보인 분들에게는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정리해본다.



    1. 될 수 있으면 기차보다는 렌터카를 이용하자.


    해외여행을 가서 나만큼 기차/도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을텐데, 적어도 이번 여행만큼은 아니었다. 여기는 렌터카를 타야 하는 곳이다. 여러명이 간다면 말 할 것도 없고, 혼자가도 렌터카가 좋다! 운전면허가 있다면 렌터카를 쓰자. (...) 기차 노선이 없다거나 못타먹겠다는 건 아닌데 상대적으로 시골이라 그런지 하나같이 엄청 긴 배차시간을 자랑하는 기차들인지라 일정에 맞게 이리 저리 끼워맞추는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기차와 도보만으로는 갈 수 없는 곳들도 제법 있었는데, 셔틀버스마저 일찍 끊기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그런 곳도 있더라고. 


    대표적인게 유시엔 야간 라이트업이었다. 울긋불긋하게 가을 단풍이 든 일본식 정원에 예쁜 조명을 비춰놓은 모습이 너무 멋져서 이것만은 꼭 보고 오리라 다짐하고 이리 저리 찾아보았지만, 일반 셔틀버스는 너무 일찍 끊기고 야간 라이트업을 위한 특별 셔틀버스는 주말과 공휴일에만 운영을 하는 바람에 화수목금 일정으로 찾은 나로서는 도저히 방법이 없는 상황. 결국 유시엔 한 곳을 위해서 렌터카를 하루 쓰게 되었었지. 처음에는 좌우 방향이 바뀐 것에 적응하는 게 두렵기도 하고, 피곤하지는 않을까 걱정도했는데 막상 렌터카로 다니니까 정말 편하더라. 운전문화도 우리 나라 같지 않아서 운전 하는 내내 경적소리 한 번 들어보질 못했다. 무엇보다 기차시간표에 목 메이지 않아도 되는 점이 너무 좋았다. 


    운전면허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기차와 여러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하이퍼디아 사이트(http://www.hyperdia.com/)를 이용해서 미리 계획을 잘 짜고 가야 한다. 한 번 기차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그 날 일정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테니까. 사실 유시엔만 아니었으면 나도 그냥 기차편으로만 여행을 다녔을 것 같긴 하다. 실제로 이번에도 셋째날은 기차와 이천엔택시, 셔틀버스로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알차게 하루를 잘 보내기도 했었고. 기차를 이용하면 좋은 점을 더 찾아 보자면, 장시간 운전에서 오는 피로감이 덜하다는 것과 비용이 렌터카에 비해서 저렴하다는 거다. 돗토리마쓰에 패스를 이용하면 3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사흘간 모든 기차를 마음껏 탈 수 있으니 렌터카 비용에 비해서는 훨씬 저렴하지. 물론 이건 혼자 하는 여행일때의 경우고, 여러 사람이 같이 여행하는 경우에는 렌터카 이용이 비용적으로나 시간활용면에서나 아무래도 훨씬 좋을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둘째날 하루 동안 내 발이 되어준 도요타 비츠. 차선 인식도 되고, 후방카메라도 달려있다. 스마트폰 블루투스 연결도 잘 됨! 내 똥차보다 좋은 옵션들. 흑.




    2. 요나고 기타로공항은 정말 작다.


    여행 떠나기 전 부터 작다, 한가하다, 뭐가 정말 없다 말은 많이 들었었는데, 막상 직접 가보니 정말 너무너무 작은 공항이었다. 지방도시 버스터미널 만한 것 같아. 크기도 작고, 편수도 적어서 그런지 엄청 한산하다. 여기는 출발 1시간 전에 와도 충분히 수속하고 짐 부치고 탑승할 수 있는 공항이다. 여기서 시간을 보낼 만한 일이라고는.. 3층에 있는 송영대(Observation Deck)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 구경하는 것 정도? 그마저도 비행편수가 적어서 그런지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자주 있지 않아서 수월해보이지는 않네요. 아나항공 비행기가 하루에 여섯 편 정도 뜨고 내리는 걸 제외하면 나머지는 요일별로 에어서울과 홍콩항공이 드문 드문 다니는게 전부인지라.. 미리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고 죽치고 기다려야 볼 수 있을 듯. 막상 적고나니 직접 한 번 보고 싶기는 하다. (...)



    탁 트여서 햇볕쬐기엔 참 좋았던 3층 송영대.



    그래도 출국수속 전에는 밖에서 두어군데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던지 조오오금 있는 기념품점에서 구경이나 하고 버틸 수 있지만, 한 번 안으로 들어가버리면 점말 할 것이 없다. 면세점이라고는 작은 구멍가게 같은 점포 하나가 전부. 중국 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뭔가를 마지막으로 쓸어담기 바쁜 곳이라 정신없기만 하고.. 그냥 자리에 앉아 탑승을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다! 

    그냥 일정을 잘 짜서 출발 한 시간 전에 딱 맞춰 도착하는 걸로 합시다. 정말 충분해요.




    3.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산책하며 걷기에 너무 좋은 곳이다.


    작년 초에 오타루와 하코다테에 갔을때도 참 조용하고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는 더 했다. 무슨 동네가 이렇게 조용한 지. 맥도널드가 없다 이 노무 촌구석은! 하다못해 오타루도 르타오나 오르골당 같이 관광객들이 몰려서 도떼기시장을 이루는 스팟들이 있었는데, 여기는 마쓰에성을 가도, 돗토리 사구를 가도 번잡하다거나 시끄럽다거나 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비가 와서 그랬나.) 구라요시 시라카베도조군에서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만났을때 잠시 소란스러움을 느꼈을 뿐(그 전까지 워낙 조용해놔가지고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느껴졌음) 어디를 가도 조용하고 좋더라니까. 하다못해 요나고역 앞에 있는 이온몰조차도 쇼핑몰 치고는 조용하더라. (...) 

    유명한 관광지라면 의례있는 북적북적함이 없어서 너무 좋았던 곳. 가끔은 이런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전형적인 조용한 일본 시골 골목 사진. 쓰레기도 사람도 없다. 다 어디갔니.


    아, 아다치미술관을 잊고 있었네. 거기는 관광객들이 너어어어어어무 많았다. 오타루 오르골당 처럼 말이지.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에 한국 단체까지 합쳐져서 여기는 준 도떼기시장 급이었네. 어디를 가나 항상 끼우고 다녔던 이어폰을 이번 여행에서는 주머니에 자주 넣어 두었었는데, 아다치미술관에 있는 동안에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지 않았다. (...) 이전 글에서도 썼었지만, 너무 예쁘긴 한데.. 관광객도 많고 예쁜 정원을 걸어보지도 못하고 유리창 너머로만 봐야해서.. 이래저래 실망이 많았던 곳이다. 




    4. 이번 여행에서 다녀본 곳들 중 정말 좋았던 곳 세 군데.


    첫번째는 이걸 보기위해 하루 렌터카를 이용할 정도로 돗토리 사구만큼이나 중요했던 유시엔 야간 라이트업 되시겠다.

    매번 하는 건 아니고 가을부터 겨울까지 기간한정으로 하는 행사인 듯. 그런데 정말 너어어어어어어어무 예쁘다. 너무 예뻐. 비가 와서 못 보는거 아닌가 걱정도 많이 했고 우산 받쳐들고 삼각대 세워서 찍을 생각까지 했었는데, 도착하니 비도 그치고 라이트업 자체도 너무 아름다워서 대만족! 삼각대를 가져가셔야 합니다. 


    나무들은 자야 되는데 불 켜놔서 힘들지 몰라도.. (폐장 후엔 끄겠지?) 너무 예쁘잖아.


    두번째는 역시 돗토리 사구. 여행 오기 전에는 사구가 뭔지도 몰랐는데, 정말 사막에 온 기분도 들고 좋았다. 신발에 모래 좀 들어가면 어때. 바람이 만들어낸 무늬와 가파른 모래언덕, 바다에서 불어오는 겁나 시원한(숨막히게 추웠..) 바람. 서문까지 걸어가는 멍청한 짓을 하지 말고 모래 언덕 위에서 앉아서 시간도 보내고 했어야 하는건데. 사실 그러기엔 바람이 너무 불긴 했... (...) 사구 위치가 위치인지라 (바다가 북쪽이니 뭐..) 바다로 떨어지는 예쁜 석양을 못 보는게 아쉽긴 했지만, 덕분에 서편 너머 불타는 사구를 볼 수 있어서 그 또한 나쁘지 않았던 곳이다.

    낙타타기나 팻바이크, 샌드보드에 패러글라이딩까지 다양한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는 모양이니, 나같은 뚜벅이 사진쟁이말고 몸 쓰는 것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겠네. 다음에 다시 기회가 되서 방문하게 된다면, 해가 완전히 진 후 별 사진을 한 번 찍어 보고 싶다. 사구가 워낙 크다보니 광공해 걱정은 없을 듯. 좀 무섭...긴 하겠지만.


    사구에 무거운 망원렌즈를 들고 간 이유.jpg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그친후 보여준 이 석양은 영원히 못 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은 시라카베 도조군・아카가와라 되시겠다. 생각보다 깨끗했던 작은 하천에는 비단잉어가 헤엄치고, 오래된 창고 건물들을 개조해서 다양한 상점들로 거리를 이룬 곳. 뜬금없이 세워둔 여자만화캐릭터 입간판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게 옥에 티로세. 이번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카페인 쿠라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거리 자체가 내가 워낙 좋아라하는 오래되보이는 시골 골목 같은 곳이어서 스냅사진들을 원없이 찍을 수 있어 행복했던 곳이다. 단체관광객 한 팀이 오기 전까진 조용하기도 했고. 마쓰에성 근처 시오미나와테도 좋긴 했는데, 거긴 너무 스쳐 지나가듯 봐서 그런지 구라요시의 시라카베도조군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런 골목이 좋다. 나같은 이방인에겐 이국적인, 하지만 이 곳 사람들에겐 삶의 터전인 곳.



    좀 더 체계적으로 틀을 잡고 여행을 다녔더라면, 사진을 찍었더라면 다른 유명한 여행블로거님들 처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들을 전달할 수 있었을텐데, 아직 초보 블로거다보니 이 정도가 한계인 듯 하다. 그마저도 잘 생각안나는 걸 찍어온 사진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며 억지로 쥐어짜듯 만들어낸 포스팅이라.. 이걸 본 사람에게 도움이 될지, 아니 끝까지 다 읽은 사람이나 있을지 잘 모르겠네. 


    조용하면서도 볼 거리 많은 곳, 산인지역이라고 부르던가? 돗토리-시마네현, 추천합니다. 시마네는.. 역시 그래도 좀 마음에 안들긴 하네. 그냥 돗토리만 가도록 합시다. (...)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