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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오는 날 1호기와 홍대 데이트 (해피필즈, 악동애니멀힐링카페)
    육아/하루하루 2018. 4. 9. 19:26

    180408.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일요일 오후, 1호기와 모처럼 데이트를 나가보았다. 라쿤을 만날 수 있는 카페가 있다기에 찾아가보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잠이든 2호기는 엄마랑 같이 근처 지인 집에 내려두고 1호기와 나만 젊음의 거리, 홍대로 출발했다. 젊었을때도 자주 가던 곳은 아니었지만 얼마만에 가보는 건지 모르겠네. 역시나 엄청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무래도 복잡한 곳이다보니 주차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차를 두고 대중교통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비가 온다. 일기예보에서 바람이 불고 춥긴 해도 비가 온다는 소식은 못 들은 것 같은데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점점 더 굵어졌다. 결국 택시를 탔다. (...) 택시에서 내려 처음에 검색을 해둔 라쿤 카페로 걸어갔다. 조금 걷던 1호기는 다리가 아프다며 안아달라고 했고, 평소같으면 가뿐히 안아주었겠지만 가방메고 아이를 안고 (남들보다 작고 가볍다곤 해도 이제 15킬로그램인데!) 우산을 받쳐 들자니 너어어어어어어어무 힘들었다. 비만 안 왔으면 손 잡고 구경도 하면서 갔을텐데.. 흑.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라쿤카페. 기쁜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 정면에 보이는 종이 한 장에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라쿤 카페 2/1부로 영업종료." 어쩐지 출발 전에 주차가 혹시 가능한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을때 아무리 해도 안 받더라니. 하아. 어떡하지.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우리가 두 번째 목적지로 정하고 있었던 젤리약국, 해피필즈(Happy Fills)가 있는 걸 확인하고 그 곳으로 향했다. 평소 1호기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인 '엘리가 간다'에 나왔던 젤리 가게, 해피필즈. 엘리가 촬영을 한 곳은 아니었다. 유튜브에서 보던 것과는 훨씬 작은 매장이었다. 그래도 약통에 젤리를 골라 담으며 즐거워하는 1호기를 보면서 잠시나마 쉴 수 있었다. ...사실 쉬지 않고 젤리를 담았다는게 맞는 표현이겠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충분했다. 너무 좁은 매장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사진은 한 장도 찍을 수 없었다. 이 곳은 특이하게도 젤리의 무게로 가격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고른 통의 크기에 따라 정해진 금액만 내면 그 안에 넣는 젤리의 양은 상관없이 담을 수 있는 방식이어서 최대한 많이 눌러 담느라 다들 노력하고 있었다. 사실 아무리 눌러대봤자 젤리라는게 말랑말랑하긴 해도 엄청 많이 수축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젤리가게와 비교해봤을때 그렇게 저렴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래도 가게 인테리어나 약국 컨셉이라는 점이 특이하고 작은 통 같은 건 정말 예뻤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차별화되는 점이 있긴 하더라고. 초콜릿류는 없고 젤리와 일부 사탕종류들이 조금 있었는데, 매장 크기가 작다보니까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었다. 


    그렇게 150ml 짜리 약병 두 개에 젤리를 눌러담고 스티커를 하나 고른 뒤 계산을 하고 나왔다. 하나는 1호기꺼, 하나는 2호기꺼. 잠든 2호기가 자기를 빼놓고 놀러나갔다는 사실을 알면 짜증을 낼것이 분명하기에 이 약을 먹이기로 한 것이다. 나중에 돌아갔을때 계획대로 투약(...)을 했는데 결과는 확실했다. 다만.. 여기서 고른 젤리들 중 반 이상은 맛이 이상하다며 안 먹는 통에 아빠가 다 먹어치워야 했다. 앞으로 이런 젤리 살거면 그냥 위니비니 매장가서 먹어본 것만 사도록 하자. (...)


    이제 그냥 집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라쿤카페를 찾아갈 것인지를 놓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비가 계속 오고 있어서 아이폰으로 검색을 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대로 가기엔 너무 아쉬워서 라쿤카페를 찾아 가기로 하고 아내가 알려준 다른 라쿤카페로 가려는데, 갑자기 눈 앞에 라쿤카페 간판이 눈에 띄었다. 안그래도 비가 와서 아이를 안고 다니기 너무 힘들었는데 바로 길만 건너면 라쿤카페를 갈 수 있다니. 다시 아이를 내려놓고 처마 밑에서 폭풍검색을 시전했다. 검색결과, 저 카페에는 라쿤이 네 마리 정도 있는게 전부인데 찾아본 블로그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는 글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다시 아이를 안고 열심히 걷고 또 걸어서 드디어 도착한 곳, '악동애니멀힐링카페'. 이름이 좀 이상한 조합이긴 하지만 라쿤도 있고 코아티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개도 있고 사막여우도 있고 그외에 몇몇 동물들이 더 있다는 말에 부푼 기대를 안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놀아보자고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먼저 슬리퍼로 갈아 신어야 하는데, 1호기를 위한 작은 슬리퍼는 없었다. 맨발로 가야하나 싶어 안고 올라갔다가 바닥이 그냥 돌바닥이길래 다시 내려와서 그나마 제일 작은 슬리퍼를 발에 걸치고 안고 올라왔더니 그걸 본 직원 분 왈, "아이는 그냥 신발 신어도 됩니다!" 아 그냥 물어볼걸.... 다시 내려가서 신발 갈아신고 올라왔다. 


    1인당 1만원의 입장료, 시간은 무제한(오오). 아쉽게도 동물에게 줄 간식은 매진된 상태라고 했다. 간식 없이도 아이들을 만질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지. 계단을 올라와서 안전문을 통과한 것 만으로도 꽤나 강렬한 냄새가 코 끝을 때렸다. 다른 실내동물원에 갔을때도 왠만한 냄새에는 끄떡하지 않았었는데 여기는 제법 강하다! 라쿤을 만져야 한다는 사명에 사로잡힌 1호기는 냄새따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 제일 먼저 우리를 맞은 건 웰시코기 꼬맹이 한 마리. 엄청 귀엽게 생겨가지고 살랑거리며 돌아다니는데 정말 귀여웠다. 잠시 쫓아다니다가 고양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캣타워와 나무 조형물이 중앙에 있었고, 고양이 세 마리와 왈라비 두 마리, 코아티 한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무슨 종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털도 부드럽고 어찌나 예쁘던지.. 1호기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나 간식이 없는 우리에게 녀석들은 오지를 않았다. 속상한 1호기. 하지만 오늘 아침 떼를 쓰고 입고 나온 백설공주 드레스가 여기서 빛을 발했으니, 속상한 마음에 계단에 걸터앉은 1호기의 드레스 치마를 보고 고양이들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뭐냐옹. ㅋㅋㅋ


    숨바꼭질 하자옹! ㅋㅋㅋ 고양이가 옆에 앉으니 신이난 1호기! ㅋㅋㅋ


    얘도 만져도 되는 건가요. 알 수가 없네.



    한참을 1호기 옆에서 치마를 들추며(...) 한참을 놀다가 다른 더 거대한 하늘거리는 치마를 입은 여자분이 들어오자 그 쪽으로 떠나버렸다. (...) 여기서 고양이들의 관심을 받고 싶으면 간식 또는 엄청 하늘거리는 물건이 필요합니다. (...) 코아티 한 마리는 계속 돌아다니면서 뭔가를 찾고 있는 듯 했다. 그러다가 1호기의 구두에 있는 리본을 깨물깨물 하는데, 그러지 말라고 쓰다듬으면서 코를 살짝 건드렸더니 앙 하고 내 손가락을 살짝 깨물었다. 피가 날 정도로 깨문건 아니었지만 1호기는 살짝 겁을 먹은 듯 했다. 왈라비는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 이제 라쿤을 보러 옆 방으로 갔다.


    라쿤들은... 전부다 자고 있었다. 다섯 마리 정도가 있었는데 전부 자고 있다. 깨워도 되는지, 잘 때 만져도 되는지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살짝 만져보기로 했는데, 한 녀석을 만지는 순간 녀석이 깨면서 움찔 하는 바람에 1호기가 너무 소스라치게 놀라서(...) 겁을 먹어 바로 나와버렸다아. 라쿤보러 온건데.. 겁을 먹으면 어떡해.. 너무 귀엽게 자고 있었는데 아이가 겁을 먹어버렸으니 라쿤은 이제 안녕...



    살짝 쓰다듬어 주는 1호기. 잘 때 만지면 안되는 건가 싶었는데.. 안내가 너무 안 되어 있다.


    왠지 모르겠지만 사다리위에서 자고 있는 라쿤. 안 불편하냐. ㅋㅋㅋ




    다시 밖으로 나와서 이제 댕댕이들이랑 놀기로 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간식이 품절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녀석들의 관심을 끌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정말 고맙게도 어떤 분이 갖고 있던 간식을 나눠주며 줘보라고 해서 한 번 줄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아. 간식이 워낙 작아서 한 번 슥 주고는 끝이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1호기. ㅎㅎㅎ 그 뒤로는 녀석들을 쫓아다니며 쓰다듬고 구경하고 그랬네. 강아지들 중 한 마리는 (퍼그 던가?) 다리 하나를 다친건지 불구인 건지 접은 상태로 세 다리로만 걸어서 1호기가 너무 안타까워 했다. 한 번 안아보고 싶어서 쫓아다녔는데 기회가 나질 않았네.



    간식 어디갔니. ㅋㅋㅋ


    저 개는 무슨 종이더라. 콜리? 맞나?


    앞에 있는 종이는 웰시코기가 씹어 뿌려놓은 것입니다.


    손! (...) 지난번에 더쥬 갔을때 리트리버는 잘 했는데.. ㅋㅋ




    그렇게 댕댕이들을 쫓아다니던 1호기.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외사랑이 이렇게 힘듭니다.. 간식이라도 있었으면 관심을 받았을텐데. 다시 고양이들을 만나고 집에 가기로 했다. 고양이들도 아까 그 여자분 치마 아래서 계속 장난을 치고 있느라 바빠서 1호기에게 오지 않았다. 속상한 1호기. "왜 나한테는 안와아?" 고양이는 원래 그래애애애 라고 대답을 해줘도 속상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는 1호기였다. 그러다가 레이저포인터를 들고 등장한 직원의 레이저포인터질에 낚인 고양이들이 한 바탕 휘젓고 다니다가 다시 1호기를 발견한 한 마리가 치마 속으로 들어와서 다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속상함 그 자체. ㅋㅋㅋ ㅠㅠ


    고양이가 오니까 웃음을 되찾은 1호기! ㅋㅋㅋ


    그러고보니 캣타워에 올라가 있는 걸 못봤네. 뭔 고양이들이 이렇게 활동적이여.



    고양이랑 잠시 놀아주고 나서 이제 집으로 가려고 시계를 봤는데, 고작 한 시간도 안 지났다걸 깨달았다. 헐. 


    '2만원이면.. 차라리 더쥬를 가던지 주렁주렁을 갔어도 되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차올랐다. 우리 말고도 고양이 방에 있던 한 가족은 '블로그 글에 낚였다'며 (...) 성토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무엇보다도 여기는 안내가 너무 부족했다. 하다못해 고양이 한 종만 있는 고양이 카페에서도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되는 것'에 대해서 처음 계산할때 랩하듯이 좌라라라라라락 읊어주었는데 이 곳은 그냥 물품 보관해주고 아이가 어리니까 꼭 옆에 있어달라고 한 것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글이라도 여기 저기 붙어있으면 읽어보기라도 하겠는데 그런 것도 없고... 자는 애들을 만져도 되는지, 코아티나 왈라비를 만져봐도 되는 지, 사막여우는 어디 간건지.. 아무것도 정보가 없어요. 그때마다 직원들 찾아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고. 


    라쿤에 대해서도 소지품을 잘 가져간다거나 하는 주의사항만 있을 뿐이었다. 잠을 안자고 녀석들이 돌아다녔다면 좀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많이 늦은 시간에 간 것도 아니었는데 간식이 다 떨어졌다는 것도 좀 이해가 안되었다. 간식이라도 줘야 애들 관심을 끌 텐데 그것도 없으니 그냥 쫓아다니기 밖에 더하겠냐고.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와서 집으로 왔다. 돈도 돈이지만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해주고 싶어 찾았던 곳인데 생각보다 그러질 못해서 아쉬움이 컸다. 거기다가 비까지 계속 내리는 통에 너무 힘들기만 했네. 그래도 1호기가 종알종알 이야기도 하고 아빠 힘들다고 우산도 들어주고 지하철에서도 재미있다고 웃어주는 통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예쁜 내 딸.. 


    다음에는 더 재미있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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