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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린이대공원. 제발 집에서 가져온 먹이 좀 주지 말라고!!육아/하루하루 2018. 3. 12. 12:37
180310
하루만에 다시 찾은 어린이대공원. 오전만 해도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이어서 그냥 집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후들어 대기질이 좋아지면서 미세먼지도, 초미세먼지도 수치가 좋음 단계로까지 떨어졌다. 어제 동물을 못보고 놀이터에서만 놀았던게 못내 아쉬워서 오늘은 동물원에서 놀기로 하고 아이들과 같이 집을 나섰다.
할아버지댁에 잠시 들러 고장난 컴퓨터를 뚝딱 고쳐드린다음, (메인보드에서 램을 한 번 빼서 후 불어주고 다시 끼운다음 재부팅한게 전부.) 사람 많은 곳에 웨건을 끌고 다닐 힘이 없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어 '걸어다니기'로 하고 (미쳤구나) 버스를 타고 어린이대공원까지 가기로 했는데, 시작부터 잘못되었으니.. 버스와는 담 쌓고 살던 내가 애 둘을 데리고 버스를 탔으니, 한 번에 제대로 가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겠지. 내려야 하는 정류장보다 한 정거장을 더 가는 바람에 (어째서 '능동교회 앞' 정류장 에서 내려야 하냐!! 당연히 '어린이대공원 앞' 아니냐!!!! 정류장 이름 바꿔!!!!) 버스에서 괜히 시간을 더 보내버렸네. 걷기도 좀 더 걸은 것 같고. ㅠㅠ
그렇게해서 들어간 어린이대공원, 역시나 사람으로 바글바글. 꿈틀꿈틀 놀이터 같은 경우는 사람반 모래반(...)일 정도로 아이들로 북적북적 거렸다. 거기서 잠시 놀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애들이 너무 너무 많아서 그냥 포기. 근처 벤치에 앉아 젤리 하나씩 먹여주고 동물원으로 향했다.
여느때처럼 초식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자판기에서 먹이를 세 개 구입한 후 과나코에게 제일 먼저 갔는데, 왠 젊은 커플 한 쌍이 먼저 와 있었다. 작은 소리로 지들끼리 "이거 줘도 되나?"라고 속삭이더니(음식 주지말라는 표지판을 보긴 한 모양이었다) 비닐팩에 배추를 잔뜩 담아갖고 온 것을 꺼내어 과나코에게 주기 시작하는 그 들. '이거 주면 안되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남자 왈 "이거는 음식이 아니잖아요." ...배추가 음식이 아니었어? 여기서 말하는 '음식'은 뭔가 조리를 한것만 음식인건가? 뭔가 반박을 하기 위해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주지 마세요'라는 표지판만 보이는 상황. 그래도 다행히 과나코는 배추만 먹지는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내민 사료도 잘 먹긴 했는데.. 이 커플들이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배추를 나눠주는 '선행'을 베풀기 시작했다.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며 나눠주는 사람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자리를 피하고 싶어서 애들을 데리고 꽃사슴에게로 향하다가 알파카 우리 쪽에 있는 작은 표지판을 발견했는데, 거기에 당근 그림이 있는 것 같아서 급히 줌 렌즈로 땡겨서 찍어보았다. 확대해보니, 집에서 가져온 당근 배추 다 안되잖아!! 다시 그 커플에게 가서 그거 주면 안된다고 말했는데, "아 네..네.." 귓등으로도 안 듣는 모습. 여자는 띠꺼운 표정까지 지어 보인다. 졸지에 꼰대가 되어 버렸네. ㅋㅋㅋ
아니.. 저런 표지판은 좀 크게 만들어야 하는거 아닌가? 105mm로 찍어서 크롭을 해도 저렇게 밖에 안 보인다.
씩씩 거리면서 내려오는데, 알파카에게 또 누군가 당근을 싸온 것을 주는 걸 발견한 나는 그 아저씨에게도 다가가서 '죄송한데 이거 주시면 안된다고. 배탈난다'고 했더니, 그러냐며 몰랐다고 하는 아저씨. 여기는 그래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는데.. 이 짓도 한 두번이지 동물원 올 때마다 꼰대짓 하는 것도 너무 짜증난다. 나 혼자 감정 상하고 씩씩 거리고. 이게 뭐람.
어린이대공원에서도 동물 관리를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집에서 가져온 먹이를 주는 사람들 때문에 동물들이 배탈이 나고 아픈게 걱정된다면 좀 더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저렇게 코딱지 만한 표지판에 보이지도 않을 글씨크기로 적어놓으면 누가 보겠어. 내 시력이 그렇게 나쁜 편도 아닌데 (0.9정도는 된다!) 망원렌즈로 보지 않으면 안 보인다니까? 그나마 사슴우리 쪽에는 가까운 곳에 표지판이 있어서 좀 낫긴 하더라마는.. 참 답답하다.
사실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과자나 초콜릿도 아니고 상추, 배추, 당근, 이런거는 초식동물들에게 줘도 괜찮을 것 같잖아. 원래 저런거 먹는 동물들인데 뭐. 건식 먹이만 먹는 애들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마는.. 아무튼. 잘 모르고 그런 사람들도 있을 거 아니냐고. 줘도 되는 줄 알고 가져오는 사람들도 있을거 아냐. 그런 사람들이 나같은 꼰대를 만나면 괜히 민망하고 기분 상하고 그럴거 아닌가. 애초에 눈에 잘 띄는 곳에, 명확한 단어 선정(음식같이 두리뭉실한거 말고! 아예 아무것도 안된다! 이렇게 적어야지)을 해서 알아 먹기 쉽게 적어놔야 나같은 꼰대도 표지판 가리키면서 서로 감정 안 상하게 지적질 할 수 있을거 아니냐고. 동물들은 안 아파서 좋고, 안전한 먹이를 재미있게 줄 수 있어서 관람객도 좋고, 어린이대공원은 사료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또 좋고. 다 좋은 일인데 왜 이따위로 관리를 하는거냔 말이지.
작년 여름에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찾았을 때는 (이전 포스팅에도 있더라마는) 아예 입간판들로 집에서 가져온 먹이를 주면 안된다고 잔뜩 계도하고 있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그런걸 매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금 있는 저 코딱지 간판들만이라도 좀 크게 바꾸면 될 텐데. 에효.
꼰대 아빠 덕분에 이제는 1호기도 집에서 가져온 당근 배추 이런거를 주는 모습을 보면 "아빠, 저거 주면 동물 아프지 않아? 주면 안되지 않아?" 하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답해야 할지. 말을 해도 안 듣는 모습을 보며 왜 계속 주는지 너무 궁금해하는 1호기. 답답하다. 이날따라 혼자 너어어어어어무 기분이 상해서 먹이 한 통만 다 쓰고 두 개는 다음에 쓰기로 하고 (이거 쓰러 한 달 안에 다시 가야한다 ㄷㄷㄷ) 그냥 동물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사자도 보고 호랑이도 보고 그러면서 기분을 좀 풀어야지. 집에가서 어린이대공원 측에다가 정식으로 건의를 해볼 생각이다.
오랜만에 보는 호랑이. 안 자는 호랑이. ㅋㅋㅋ
아따 크다. 저 두툼한 앞발.. 우오오오.
동물원 폐장시간이 다가와서 그런지, 잠자고 있는 동물들이 하나도 없었다. (...) 이 녀석들도 퇴근시간이 되면 신나나보다. 전부다 우리 입구 앞에서 서성거리면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물들을 보며 너네도 고생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네. 얘네들은 휴일도 없잖.... 우리 아이들도 동물들이 퇴근 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모든 동물들이 퇴근하는걸 다 지켜보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결국 모든 우리를 다 돌아다니며 우리 안으로 들어가는 동물들 모습을 다 보고 말았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바람이 제법 찬데, 녀석들 감기 걸릴까봐 아빠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구마는 굳이 다 보겠다고 버팅겨서 ㅠㅠ 결국 2호기는 이 날 바람 쐰것 때문에 감기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 코찔찔이. 흑.
하이에나. 못생긴 녀석들인데.. 이 사진은 왠지 멋지게 나온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원숭이가 다 퇴근하길 기다리는 아이들.
왠일인지.. 이 원숭이 한 마리만 (비비 원숭이였나.) 못 들어가고 남아있었다. 문이 열렸을때 못 들어 간건가? 분명 이 원숭이 우리에 이 녀석 한 마리만 있지는 않았거든? 폐장시간인 5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못 들어가고 있어서 관람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녀석. 잘 들어갔겠지? 우리 아이들도 쟤 들어가는 거 보고 가겠다고 또 떼를 써서(...) 과자 사주겠다고 겨우 겨우 달래서 끌고 나왔네.
과자 사들고 집으로 가는 길. 오늘은 웨건 없이 걸어서 어린이대공원에 온 첫 번째 날!
언니 손 잡고 다니는 모습이 예쁘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차다. ㅠㅠ
날은 나쁘지 않고, 나들이 가면서 돈을 쓰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어린이대공원에 온거였는데, 편의점에서 과자 두 봉지에 젤리 두 개 사니까 8500원이 나왔다. 어째서!!!!!!!!!!! 거기다가 버스를 타러 다시 걸어가는데.. 이게 생각보다 정류장이 정문에서 너무 멀었다. 안그래도 대공원 안에서 계속 걸어다니느라 녀석들 힘들었을텐데.. 2호기는 아빠가 어떻게 안아주겠다마는 1호기까지는 못 안아줘서 ㅠㅠ 너무 미안했다. 근데 또 웃긴게.. 택시 좀 제발 타고 가자는데 다리가 부러져도 택시는 안타겠다는 1호기. (...) 결국 버스를 한 대 놓치고, 날은 춥고 길은 멀고해서 길 건너 버거킹에서 좀 쉬었다 가기로 해서.. 또다시 추가 지출. 아빠는 여기서 저녁을 해결합니다. 너네는 감자튀김이나 먹고.. 집에서 밥 먹자. 그렇게 해서.. 돈 안쓰러 나왔다가 기분 상하고 돈 쓰고 몸은 몸대로 힘들고 2호기는 감기까지 걸린, 실패한 주말 저녁 어린이대공원 나들이가 되어버린 하루였다.
그래도 애들은 오늘도 재미있었다고, 다음에 또 오자고 아빠 손을 잡고 웃어준다.
이 맛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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