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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셋째날 (6) : 돗토리사구
    해외여행/1711 주고쿠 2018. 1. 11. 09:30

    사막은 커녕 사구도 처음인데, (사구라는 게 뭔지도 이번에 검색하면서 처음 알았다.) 멀리서 보이는 모습만 봐도 뭔가 막 두근두근 하기 시작했다. 입구를 통해 들어가보니, 정말 멋지다. 사막에 가면 정말 이런 느낌일려나? 아... 여기는 지금 너무 춥긴 하구나. ㅋㅋㅋ 


    해변 모래와는 스케일이 다른 곳이기 때문에, 장화와 슬리퍼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다. 돗토리 사구 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돗토리사구 회관과 라쿠다야에서 장화를, 돗토리사구 파크 인포메이션에서는 슬리퍼를 대여해 준다. 나는... 귀찮아서 그냥 들어갔다. 생각보다는 모래가 신발에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걷는데 불편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나와서 신발을 탁탁 털어보니 모래가 깔창 밑에 잔뜩 들어있더군. ㅎㅎㅎ 


    사구로 가면 갈 수록 비가 완전히 그치고 저 너머로 석양이 지는게 보이는데, 어찌나 다행이던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연신 석양이 지는 쪽을 찍으며 사구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바람이 정말 너어어어어어어어어무 분다. 아무리 해변이라지만 숨쉬기 힘들 정도로 맞바람이 부네. 마스크를 안 가져갔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듯. 그래도 주변 풍경이 너무 좋아서 몇 걸음 걷고, 사진 찍고, 또 몇 걸음 걷고 사진 찍고. 정말 좋다 여기. 미칠듯한 바람만 아니면. (...)



    돗토리 사구의 빛 내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구름들이 밀려나고 있는 듯. 


    모래미술관부터 걸어오는 것이 차라리 더 낫다는 글들도 많이 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정문 입구로 들어오는게 나을 듯 하다. 모래미술관을 보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면 더더욱.


    파란 하늘을 못 볼줄 알았는데. 감사합니다아. ㅠㅠ


    저 멀리 사구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무거운 망원렌즈를 가방에 짊어지고 간 보람이 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물이 고여있는 곳도 있어요. 나도 저기로 올라갔어야 되는데, 이 때부터 이미 길을 잘못 정해서 삐딱선을 타고 있었던 것이었다아아. 여러분은 그냥 사람들 따라 해변쪽으로 올라가세요.


    모래 언덕이 제법 가파른 곳들도 많아서, 엉금 엉금 기어 올라가기도 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러다가 너무 멋진 풍경에 미쳐있어서 그랬는지 엄청난 뻘짓을 하고 말았다. 사구 구경을 잘 하고 다시 정문으로 나왔어야되는데 뭐에 씌였는지 서쪽 끝까지 간 것이다. ㅠㅠ 이 넓은 곳에 사람이 이렇게나 안 보이면 뭔가 의심을 했어야지 ㅠㅠ 서쪽문까지 갔다가 여기가 아님을 깨닫고 다시 반대로 쭉 걸어오는데.. 뭐 그래도 덕분에 돗토리사구의 석양 구경은 질리도록 잘 했네. 하지만 여기는 북쪽이라 그런지 석양이 예쁘게 보이는 곳은 아닌듯하다. 바다쪽으로 석양이 졌으면 정말 멋졌을텐데, 위치 상 어쩔수가 없네. ㅎㅎㅎ



    이 넓은 곳에 내 주변으로는 사람이라곤 저 한 명밖에 안 보였다. 저 사람은 저기서 뭘 하고 있었던 것인가. (...)


    돗토리 사구. 사진으로 봐도 가슴이 탁 트인다. 하지만 저 당시에는 바람 때문에 숨이 턱 막혔다.


    앵글을 낮춰서 한 장 더.


    처음에는 모든 모래가 다 푹푹 빠지는 사막같은 곳을 생각했는데, 바다 근처에 있어서 그런건지 추워서 그런건지 모래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는 곳들이 있었다. 돌인줄 알았는데 힘껏 밟으면 바스락 부서지더라고. 신기했다. 저 사진에 보이는 회색빛을 띄는 부분들이 바로 그렇게 굳어 있는 부분들.


    저 산 너머로 해가 진다. 비를 뿌리며 나를 방해하던 구름은 멋진 빛내림으로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조오오오오금만 더 오른쪽으로 지면 좋을텐데, 아쉽네. ㅋㅋㅋ


    여기가 그 문제의 서쪽 출구 쪽입니다. 발자국이 몇개 없죠?


    저어어어어어어어기 하얀 건물 있는데서 여기까지 걸어왔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제 좀 이따가 다시 걸어가야 된다. (...)


    서쪽 게이트에서 만난 햇님. 오늘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다시 정문쪽으로 타박타박 걸어가는 중. 사구가 하얗게 불타오른다.


    화르륵 화르륵.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아.


    다시 입구까지 가려면 빨리 걸어야 하는데, 자꾸 석양이 내 발목을 붙잡는다.


    외로운 발자국 하나. 내 발자국. 캬캬캬캬.


    어떻게 이런 무늬가 생기는지. 자연은 정말 신비롭다.


    저 발자국도 내 발자국. 구름이 이제 많이 걷혔는데 날이 어두워진다.


    아까 보았던 그 오아시스 같은 곳까지 왔다. 이제 가야되는데.. 발길이 안 떨어진다.


    억지로 밝기를 끌어올렸더니 저녁 처럼 나왔네. 사실은 해가 거의 져서 완전 어두워진 시간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그렇게 사서 개고생을 하고 나오니까 완전히 밤이 되버렸다. 여섯시도 안된거 같은데. 장난 없네 진짜. 돗토리사구 회관 앞에 있는 정류장으로 가서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벤치에 앉아서 버스 올 때까지 신발에 모래도 털고, 사진도 보고 하면서 좀 기다리다가 곧 도착한 버스를 타고 돗토리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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